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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발질

약 10년 전에 직장에서 만났던 사람이 있다. 처음 만난 날 집 쪽으로 같이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친해졌다가 내가 오너와 싸운 뒤 때려치고 나온 뒤로도 한동안 계속 보고 하다가 점점 소원해지는 느낌이 들다가 어느날 어떤 계기로 굳이 불편하면 연락할 필요 없다고 연락을 보내고 관계를 정리했던 과거가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요즘 유튜브에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꽤 반응이 좋아서 그런지 얼마 전 내 추천 영상 리스트에도 올라왔길래 보게 되었다. 아무리 관계를 정리했지만, 그래도 근 10년 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해서 잠깐씩 보았는데, 아마 전화기로 보다가 구독을 누른 듯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요즘 유튜브를 들어가면 그의 영상이 더 많이 올라오는데, 오늘 제목이 인간 관계에 관한 거라 처음부터 차분하게 영상을 시청했다. 그는 영상에서 예전엔 그도 넓은 인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시절이 아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던 시절이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당시 그는 홍대 인디 밴드 씬에서 엄청 많은 이들을 알고 있었고, 언제나 자랑삼아 얘기하곤 했다. 실제로 그는 많은 이들을 알고 있었고, 많은 이들도 그를 알고 있었다. 여튼 그런 시절에 이미 그와의 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정리해버린 나에게 그가 지금 영상에서 말하는 내용들이 크게 와 닿을 리 없었다.

내가 아는 한 그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 게 아니고,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다른 라이프를 선택할 여지가 없었던 걸로 보인다. 다시 말해 선택을 한 게 아니고, 선택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주관적 생각’이라고 쉴드를 치며 전개하는 그의 주장은 뭐랄까 다분히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다 보진 않았지만, 몇 개 볼 때마다 나오는 게 ‘난 지금 행복하다’는 식의 표현인데, 미니멀리스트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미니멀리스트가 된 느낌이랄까. 쉽게 말해 자동차를 살 수 없으니 자동차가 싫다고 하다가 자동차가 없으니 오히려 아주 편해요…라고 하는 느낌. 더 쉽게 말해서 나도 니네 못지 않아… 느낌.

다른 영상에서 크레딧 카드가 없으니 갚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는 장면도 보았는데, 크레딧 카드가 있다고 누구나 그 걱정을 하는 건 아니다. 정말 편하게 매달 카드 대금을 결제하거나 카드를 가지고도 계획적이고 낭비 없는 삶을 살아본 경험이 있는 자들은 그렇게 간단히 얘기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에겐 카드 대금 결제가 언제나 힘들었던 기억만 있었을 거란 추측이 어렵지 않다.

어쨌든 전반적으로 그의 주장들은 설익은 과일 맛이라 자꾸 유튜브 추천영상 리스트에 올라와도 그냥 그의 근황을 확인하는 선에서만 슬쩍 슬쩍 보고 지나가다 오늘은 왠지 흔적을 남기고 싶어져서 코멘트를 몇 줄 남겼었다. 과연 반응을 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처음엔 괜히 쿨한 척 하고 싶어서 오늘 처음 본 거처럼, 그리고 구독이 이미 된 상태인 줄도 모르고 구독은 안 할 거지만, 화이팅 하라며 거들먹 거렸다가, 구독 단추가 눌러져 있는 걸 보고 재차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지만, 결국 8시간 만에 반응도 없고 해서 지워 버렸다. 지우고 나니, 무슨 미련이 남아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딱히 미래만을 보고 나아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 일본에 와서부턴 지금까지의 실패나 실수에 대한 아쉬움들이 새록 새록 떠올라 마음을 짓누를 때가 많다. 아무래도 일본에서의 시작은 어쩌면 마지막 재도약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가능한 신중하려고 해서 그런 걸까.

할 수 있다면 완전히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을 만큼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과거들이지만, 뭐 할 수 없이 마음 한 켠에 쌓아두는 수 밖에. 차라리 기왕 쌓는 거 제대로 쌓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촌스런 전개이고…

어쨌든 미련 땜에 휘두른 헛발질은 뒷맛이 쓰다.

무기력2

한국에 잠깐 다녀온 지 10일이 지났다.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한 거처럼 다녀온 뒤로도 계속 아팠고,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말을 정상적으로 하는 게 불편할 정도의 몸 상태라 여전히 뭔가 의욕이 나지 않고 있다. 

몸이 정말 아플 땐 몸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열도 내리고 움직이는 게 어렵지 않게 된 어제 오늘은 이 무기력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단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잘 움직여지질 않는다. 머리 속은 계획하던 것들로 여전히 복잡한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꽃 길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보이던 길이 문득 살얼음판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느낌이랄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딛어야 하겠지. 시간은 갈수록 빨리 흐르는 느낌이라 초조함을 더하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땐 무리하지 말고 제자리에서 숨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물론 답답하고 지루하지만, 흥미와 재미를 위해 섣부르게 움직이는 것도 이젠 많이 해 봤으니까. 

몸이 조금 더 나아지면 일단 카메라를 들고 나가 흘러다녀 봐야지.  그러다보면 뭔가 보일 수도 있으니까. 

무기력

말 그대로 기력이 하나도 없다. 일주일이 넘도록 기침 때문에 잠은 물론이고 편하게 숨을 쉬는 거조차 힘드니 뭔가 하고 싶은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병이 나자마자 안정을 취했어야 하는데 이미 한국에 다녀오는 일정이 예정된 터라 그렇게 할 수도 없었고, 한국에 가서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이래 저래 힘들게 하루 하루 보내고 돌아오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3일째가 되도록 차도는 있지만 완치는 멀어보이는 상황. 진짜 오랜만에 제대로 아프고 있다. ㅠㅠ 

일본으로 돌아오면 바로 시작하려던 계획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생각을 하는 거 조차 버겁다. 숨이나 편하게 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 게다가 잠이 들만하면 깨는 상황이 1주일째 계속 되니까 하루 종일 몽롱한 상태라 뭐든 생각을 해도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좀 나은 듯 하지만, 밤이 될 수록 다시 기침이 심해지는 느낌이라 일단 두고 봐야 할 듯. 

아, 힘들다. ㅠㅠ

사진은 지난 주 한국에 있을 때 알게 된, 라떼를 정말 맛있게 만드는 ‘호랑이’

네이버 블로그 연동

페이스북을 그만 둔 이후로 SNS는 인스타그램만 쓰고 있는데, 사진 없이 떠들고 싶을 때를 대비해서 이 사이트를 다시 돌리게 되었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늘 들었던 생각이 SNS는 노출과 관음의 욕구를 해소해주는 도구라는 거였는데, 그런 면에서 인스타그램은 살짝 약한 느낌이다. 뭐랄까 커버가 좀 과하다고나 할까.

그림 혹은 사진 한 장이 천마디를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좀 더 들여다보려면 그 천마디를 어떻게 하는 지를 듣는 편이 더 빠르다는 생각. 다시 말해서 내면을 드러내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은 사진보다 글이라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페북을 그만 둔 이후 방문자가 거의 없는 썰렁한 개인 블로그로는 노출의 욕망을 달래기 어려웠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다시 페북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선택한 게 네이버 블로그였다. 작년에 일본에 오면서 써 보려고 하다가 여러가지로 좀 답답한 것도 있고, 쇼핑몰을 만들면서 컨텐츠를 채워야 하는 것도 있고 해서 네이버 블로그 운영을 사실상 접었는데,  어쨌든 노출을 하든 장사를 하든 뭔가 하려면 집 마당이 아니라 저자거리에 나 앉아야 하니,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네이버를 다시 쓰기로 한 것. 

개인적으로는 2019년 한 해를 2020년부터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위한 일본어 습득의 해로 정했다. 두 달 전부터 일본 웨딩 비디오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일단 부딪히고 나니까, 한 1년 열심히 하면 일상 업무가 가능한 수준의 의사소통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

그래서 2020년엔 월급쟁이 포함, 제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내년은 언어능력을 핑계로 개인적으로 궁리하고 있는 계획들을 실천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 그래서 내년 한 해동안 블로그와 쇼핑몰, 유튜브를 통해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다 해 볼 예정이다.

그래도 어쨌든 모객을 생각하면 뭔가 검색이 될만한 컨텐츠들을 만들어야 할테니 아무래도 일본 이야기나 영어 발음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하지만, 뭐 그건 차차 두고 보는 걸로. ^^;;

사진 연동 테스트용이므로 본문의 내용과는 별 관계 없음.

드론을 꿈꾸다.

출처 https://www.dji.com/jp/flysafe/geo-map

위 그림은 드론 전문회사인 DJI에서 제공하는 드론 비행 지도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인구집중지구(Densely Inhabited District)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 국토교통성의 사전 허가 없이 드론을 날리다 걸리면 50만엔 이하의 벌금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내년부턴 다시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업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이제 드론 촬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느낌이라 2년 전 잠깐 연습을 하다 말았던 드론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당연히 영업이 가능해지려면 충분한 연습과 샘플이 필요한데, 우리 집은 위 지도의 붉은 부분의 경계 근처라 자전거로도 허가없이 날릴 수 있는 영역으로 갈 수 있어 매우 다행.

아직 결정은 안 했지만, 생각하고 있는 기체는 DJI의 Mavic 2 프로. 이것도 역시 싸고 좋은 게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 촬영장비 쪽은 가격은 물론 브랜드의 차이가 결과물의 차이를 만드는 편이기 때문에, 일단 가격은 뒤로 미뤄두고 브랜드와 기능 등을 우선 고려할 예정.

브랜드는 사실 DJI말고도 몇 개가 더 있지만 영업용으로 쓸 경우, 촬영능력도 그렇고 비행능력도 그렇고 회사간 비교보다는 DJI 기종간 비교가 오히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컨텐츠는 주로 웨딩이나 여행이 될 공산이 커서, 팬텀이라던가 인스파이어 같은 고급 기종까지는 필요가 없을 거 같고, 휴대성을 고려해보아도 매빅2가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 집에서 멀지 않아 다행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멋진 항공 촬영 영상을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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