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200415

2020년은 4분의 1이 지났고, 4월도 반이 지났다. 올해 시작하면서 꼭 하려고 했었던 게 취직이었다. 일본어란 걸림돌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돌을 치우려면 취직을 하는 게 지름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듣기에 자신이 생긴 지금 취직을 해야 되겠단 생각을 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출근 3일차이다. ㅋ 일단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어를 써 먹으려면 일본어 실력이 받쳐주어야 하니, 영상 관련 일을 집중적을 찾아봤는데, 여긴 아무래도 지방도시라 방송, 광고, 영화 등등 영상과 관련된 업종 자체가 없거나 그 세가 약했다. 그나마 있는 게 웨딩 비디오 쪽인데 우선은 웨딩은 제껴두고 일을 찾고 싶었기 때문에 응모 대상을 찾는 거 자체가 쉽지 않았다.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검색을 해서 찾은 게 4곳. 취직을 한 회사를 제외한 세 곳 중 한 군데에선 전화로 면접까지 진행을 했는데, 조건이 구인광고에 나온 것과 너무 달라 포기를 했고, 나머지 두 곳은 서류 탈락. 취직에 성공한 회사는 IT계 회사인데, 내가 응모한 자리는 모바일 앱에 들어가는 영상의 편집자였다.

직접적으로 일본인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가진 영상 제작 기술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자리라면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다 포기하고 이미 한 쪽 발을 담그고 있던 웨딩 프러덕션에 풀타임으로 투신하기로 맘을 먹은 그 날, 지금 이 회사가 구인 광고를 올렸고, 느낌엔 내가 거의 1빠따로 응모를 했다.

솔직히 3월이 지나면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고, 웨딩 업계는 이미 타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웨딩 프러덕션에서 풀타임으로 받아줄 거란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응모를 하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될 때까지 유튜브나 하면서 조용히 지낼 각오를 동시에 다지고 있었는데, 3월이 끝나던 주에 난 면접을 보고 왔고, 3월 마지막 날 합격 연락을 받았다.

물론 정규직도 아니고 보수도 많지 않은 대단찮은 자리지만, 나에겐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취업이었고, 그래서 정말 기뻤다. 특히 이력서부터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까지 전부 아내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 번역기 돌리고 사전 뒤져가며 이뤄낸 성과라 특히 기분이 좋았다.

입사를 며칠 앞두고 회사가 입주한 건물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나오는 바람에 입사가 늦어지고 회사 전체가 재택근무 체제로 바뀌고, 그 와중에 긴급사태 선언이 나오고 결국 내가 속한 부서도 재택근무가 결정되어 4월 9일 부랴부랴 회사로부터 컴퓨터와 모니터를 수령하고, 4월 10일 내 방에서 첫 출근을 했다. 인터넷 채팅으로 부서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총무부 직원과 전화로 통화를 하며 이런 저런 셋팅을 마쳤다.

직장 풍경. 출근 소요시간 1초 이내. ㅋ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건 이 취업으로 본격적인 일본 사회 정착의 첫 발을 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은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이 회사 내에서 정규직 전환을 노려볼 생각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좀 큰 조직 안에서 정규직으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게 힘들다면, 후년 정도엔 어쨌든 지금보다 익숙해질 일본어를 가지고 본격적인 프러덕션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코로나로 인해 일본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경기가 다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 취직이 된 것도 물론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 번 더 재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무엇보다 설레고 기쁘다 하겠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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