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190409+1

광고나 협찬을, 다시 말해 돈을 밝히는 걸 어색해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떻게 해도 달성하지 못할 거 같은 목표에 대한 쉴드일 가능성도 있다. 무슨 얘기냐면,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싫어서 안 하는 거라고 처음부터 발을 빼는 전략이라는 것.

다행히 대한민국은 조선 시절부터 내려오는 청백리 사상 같은 게 있어서 돈을 밝히지 않는 것은 꽤 고고하고 품격있는 태도라는 인식이 있으니 쉴드 치고는 고급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왕년의 지배 계급들의 윤리였으니까.

근데, 그건 태어나면서부터 계급이 정해지는 신분제 사회에서나 부릴 수 있는 여유일 뿐이고… 결국 그렇게 고고한 척 여유들 부리다가 막판에 엉망이 되었으니 뭐 그 때나 지금이나 실속없는 허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피지배 계급이라는 계급 의식만 있었어도 굳이 그렇게 있는 척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본주의 체제에선 노동자들의 몸 값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피지배 계급이 계급 의식을 갖지 않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피지배 계급이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당당하게 맞서거나 혹시 그 구조를 바꾸려고 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앞 글에서 얘기한 대로 계급 의식이 아닌 윤리 차원에서 사고 방식을 묶어두려고 하는 것이고 그 의도대로 길러진 피지배 계급들은 이런 식으로 어설픈 지배계급 코스프레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업들이 설마 그렇게 할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광고를 통해 만나는 그들의 이미지는 언제나 친구 같고 가족 같고 또 어떨 때는 국가대표 같으니까. 한 마디로 우리 편인데 설마… 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은 대놓고 사회를 지배하지 않는다. 그걸 대신 해주는 게 국가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피지배 계급을 위해 존재한 국가는 없었다. 19세기 말 민족 국가의 탄생도, 아니, 민족이란 개념 자체도 지배계급 엘리트들의 작품이지, 피지배 민중들이 이뤄낸 결과물이 아니다.

국가의 최대 임무는 체제의 유지이고, 지금 체제는 자본주의 체제이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제국주의가 자본주의 체제의 성장 과정 중에 나타났듯 민주주의 역시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을 위해 도입된 또 다른 대안이었고, 민주주의는 다만 의견과 정보의 흐름을 규정하는 방식일 뿐이다.

따라서 일정 지역 내에서 가장 강력한 폭력을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독점하는 국가는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일 뿐이고, 여기서 체제의 유지란 지배 계급의 지배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게 된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교육. 다른 건 몰라도 국가가 마치 계급 간 갈등을 조정하는 공정한 중재자라는 이미지 만큼은 확실하게 주입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나라’의 이미지는 공정해야 하는 걸로 박혀있으니까. 체제가 아니라 그 대리인의 문제로 바꿔 버리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이 중재자가 아니라 체제의 수호자라는 걸 알면, 국가를 탓하거나 내가 주인이라거나 하는 쓸데없는 짓은 안 해도 된다. 체제가 맘에 안 들면 국가는 그 체제와 함께 없애 버려야 할 대상일 뿐이니까.

너무 삼천포로 빠진 느낌. ㅠㅠ 어쨌든 쓸 데 없는 선비놀음은 멈추고, 기왕 시작한 거 돈을 제대로 밝혔으면 좋겠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제대로 저으라는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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