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190407

이젠 뭐 거의 영상마다 후기를 적는 느낌. ㅋㅋ 이번 영상은 내용 면에선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이라 특별히 덧붙일 얘기는 없고, 영상을 하는 사람이니 영상 얘기나 좀…

나도 유튜브를 하지만, 유튜브로 영상을 시작한 게 아니라서 접근하는 방식이 좀 다르다. 이제는 박작가도 대략 나름의 제작 노하우가 생겼을테고, 각자의 제작 환경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이의 제작 방법이 언제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니 이것 역시 그냥 참고만 하시길.

유튜브로 영상을 시작한 사람들과 영상을 하다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영상 제작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수준일텐데, 그래서 오히려 유튜브로 영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더 신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내가 유튜브에서 주로 보는 게, 한동안 관심을 끊었던 트렌드를 쫓아가기 위한 촬영 장비나 제작 기술과 관련한 영상들이라, 제작자들이 주로 영상을 하다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데, 유튜브로 본격적으로 돈벌이가 시작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충 만든다.

영상 수준이 엉망이란 얘기가 아니고,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충 만든 게 보인다는 것이다. 혼자서 영상을 만드는 거에 대한 한계도 알고, 또 대략 얼마 정도의 노력이 필요한 지 알기 때문에 가능한 빠르고 쉬운 방법을 택한다는 것. 그러다가 컨텐츠가 좋아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 점점 성의를 다하는 느낌.

유튜브로 영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완성도는 떨어져도 열심히 했다는 게 보이고, 그래서 오히려 기존 영상인들이라면 하지 않을 시도들을 하기 때문에 결과가 신선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이건 제작의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얘기이고, 구성이나 기획의 차원에선 초심자의 장점이 따로 드러날 게 없다고 본다.

난 유튜브의 매체 특성이 텔레비젼과 비교해서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영상 제작의 문법이 아예 다른 게 아니라는 것. 여기서 영상 문법이라 함은 흔히 얘기하는 내러티브 영상의 편집술 차원은 아니고, 그냥 기본적으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ABC 정도라고 보면 될 듯

유튜브 만의 문법은 물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 카메라를 고정해서 한 대만 쓰기 때문에 점프 컷에 관대하다거나 하는… 하지만, 그게 영상 일반의 제작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고, 우리가 말을 할 때 문법을 무시하면 소통이 안 되는 거처럼, 유튜브 영상에서도 기본적인 것들은 고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에 대해 간략히 정리를 하면, 영상 제작 과정은 프리 프러덕션, 프러덕션, 포스트 프러덕션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건 15초짜리 광고든 2시간짜리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든 다 똑같다. 좀 더 확대하면, 음악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대략 창작의 과정은 큰 틀에서 이 세 과정을 거친다.

영상업에 종사한다고 이 세 과정을 다 잘 아는 건 아니다. 유튜브에서 1인 제작자들이 많아 보이지만, 유튜브는 물론이고 컴퓨터 편집이 일상화 된 게 겨우 10년을 좀 넘긴 수준이라 여전히 영상업은 대단히 분업화 된 업종이다. 다시 말해 주류 매체의 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유튜브 안에서도 그럴싸 한 영상들은 대부분은 1인 프러덕션이 아니라는 것이고, 이는 결국 제대로 된 영상을 만들려면 가능한 1인 제작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

1인 프러덕션의 가장 큰 단점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촬영과 편집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 영상을 충분히 만들지 않은 단계라고 본다. 1인 프러덕션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지속성의 확보이고, 이건 프리 프러덕션 과정에서 생긴다. 간단히 말해서 무슨 말을 하고, 구성을 어떻게 하고 하는 것들을 만드는 구성작가의 역할에서 의외로 부하가 많이 걸리게 된다는 것.

상대적으로 영상 자체의 퀄리티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곳이 유튜브라 촬영이나 편집의 부족함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지만, 컨텐츠의 구성이 엉성해지면, 일단 만드는 사람이 의욕을 잃게 된다. 아무말이나 막 하는 채널이라면 크게 상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뭔 얘기를 할까 고민하는 건 생각보다 큰 부담이다.

매주 만들 얘기들이 쌓여서 골라야 하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할 얘기를 고민하지는 않아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매번 이 단계부터 진을 빼고 그 상태에서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촬영과 편집을 하고 나면, 점점 시작 자체가 두려워지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그러면 당연히 영상의 퀄리티는 물론이고 재미도 없어진다.

문자보다는 전화, 전화보다는 직접 대면하는 게 감정의 전달이 잘 되지 않는가. 영상은 감정의 전달이 블로그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력하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이 재미가 없거나 힘들게 만들면 그 느낌이 전달 될 가능성이 크다.

계속 1인 프러덕션을 유지할 생각이라면 촬영이나 편집에 대한 고민보다 프리 프러덕션에 대한 부하를 어떻게 해결할 건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걸 처음부터 제대로 하면 초심자가 아닌 거지. ㅋ

전업 유튜버들 중에는 물론 꾸준히 1인 프러덕션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다. 근데 이런 이들의 특징은 컨텐츠도 구성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리뷰를 하거나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컨텐츠의 폭을 좁혀 놓았기 때문에 매 회 구상을 할 때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되고, 이건 지속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 온다.

예를 들어 박작가의 경우, 미니멀리스트라는 큰 주제는 갖고 있지만, 실제로 지금 이 채널의 컨텐츠는 박작가 자신이고, 그의 삶이다. 댓글들을 보면 지금 기대 수준들이 왕창 올라와 있는 걸알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박작가의 스타성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채널에 오는 사람들 중 많은 비율이 미니멀 라이프 자체가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는 ‘박작가’를 보러 온다는 것.

뭐 때문이던 일단 사람들이 몰린다는 건 상업적으로는 절대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이 관심을 상업적으로 의미있는 수익이 날 때까지 어떻게 유지할 수 있냐는 거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박작가는 미니멀리스트로서 남들과 다르게 사는 자신의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하는데, 여기서 뽑아 낼 수 있는 게 얼마나 남았는 지 난 벌써부터 궁금하다. 왜냐하면 박작가는 본인이 남들과 아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엽기적인 수준의 ‘다름’으로 승부하는 유튜버들에 비하면 그렇게 자극적으로 다르지도 않으니까. 아무 말 잔치나 하자니 미니멀리스트라는 타이틀이 족쇄가 되어 미니멀 하기랑 관련이 없는 주제는 또 쓰기가 힘들다.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글로벌 거지 부부 블로그는 유튜브와는 상황이 완전 다르다. 블로그의 컨텐츠는 박작가 자신이 아니고, 그가 보여주는 색다른 ‘세상’이다.

1)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세상과 2)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 이 둘 중에 뭐가 더 오래 갈 수 있는 주제 같은가? 블로그가 1번이었다면, 지금 미니멀유목민 채널은 2번이다. 내가 보기엔 이미 박작가는 색다른 사람이라는 거 충분히 보여줬고, 반응은 뜨겁다. 자, 그럼 그 다음은?

그래서 이번 영상이 바람직하다고 했던 것. 내용 자체는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성이 좀 적어서 아쉬웠지만, 어쨌든 지속성 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기획이다. 일본에서 리뷰로 유명한 카즈라는 유튜버도 그런 코너가 있는데, 참고를 한 건 지는 모르겠지만 기왕 참고하려면 어떻게 그가 전업 유튜버로서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지를 참고했으면 좋겠다.

그는 지금 유튜브를 박작가의 블로그처럼 운영하고 있다. 주로 하는 게 리뷰이지만, 중요한 건 리뷰, 즉 약간 어수룩한 아저씨 캐릭터의 시각으로 본 가전제품 등등 이라는 거다. 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일단 그의 채널에는 가전제품 리뷰라는 확실한 컨텐츠가 있다.

오늘 뭐 먹지? 하는 것과 오늘은 볶음밥에 어떤 재료를 넣을까? 를 고민하는 건 천지차이다. 카즈는 볶음밥이라는 메뉴가 정해진 상황이고, 박작가는 미니멀리스트라는 ‘부엌’만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 블로그에선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영상은, 더군다나 스타성에 기대는 컨텐츠는 그 스타성이 정말 확고한 레벨이라면 모를까, 업데이트 간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만큼 관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내가 하는 발음 유튜브는 솔직히 실시간으로 반응을 해야 하는 컨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난 대략 횟수를 정해 놓고 시작을 하고 있다. 목표도 1000명 채우기. 하지만, 트랜드를 타야하고 스타성에 의존하는 컨텐츠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럴려면 1인 프러덕션으로는, 더군다나 전업이 아닌 상황에서 지속성을 확보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본다.

지금 유튜브가 뜨겁긴 하지만, 솔직히 시작하자마자 이런 정도의 반응을 얻는 건 대단한 거다. 하지만, 아직 전업으로 전환하기엔 좀 애매한데, 그렇다고 다른 일과 병행하면서 하자니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다. 아직 배가 다 준비가 안 된 상황인데, 벌써 물이 엄청 들어오고 있다고나 할까. 선택은 두가지겠지. 일단 물이 들어오든 어쨌든 내 페이스대로 배를 다 완성시켜서 출항을 하거나, 아니면 일단 배를 띄우고 보는 것.

양 쪽 모두 바다로 갈 수는 있겠지만, 좀 더 빨리 그리고 멀리 나아가기 위해선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우고 노를 젓는 쪽이 당연히 나을 것이다. 난 물이 들어온 적이 없어서 확신은 서지 않지만, 아마도 배를 띄울 것이다. 아예 뜰 수도 없는 상태라면 모를까, 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완성은 바다 위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 방향도 일단 떠나서 조금씩 수정할 수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게다가 바다로 나가보면 또 상황이 달라지니 일단 나가는 쪽으로 선택을 할텐데… 내 느낌에,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의 박작가는 자기 페이스대로 갈 공산도 크다고 본다. 즉, 섣불리 유튜브 전업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

꾸준히 검색이 되고 노출이 될 수 있도록 미니멀 라이프 방법론 쪽으로 촛점을 맞추라고 제안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길고 천천히 가려면 미니멀 라이프를 소개하는 ‘박작가’보다는 박작가가 소개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지금 당장 배를 띄우더라도 방향은 궁극적으로 미니멀 라이프에 맞추는 게 지속적인 항해를 위해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

오늘의 헛발질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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