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190403

오늘은 영상 중에 언급이 되는 다른 일본 미니멀리스트들도 찾아 보았다. 역시나 결론은 미니멀 라이프는 불완전한 현실 도피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고 불필요하게 빚을 지게 되고 결국은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압박감까지 안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이 미니멀리스트들은 개인적인 물욕, 허영심 정도에서 찾고 있으니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것들도 파편화되고 개인적인 수준에 그치는 거 같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온갖 쓰레기 땜에 파리가 들끓는 게 문제인데, 쓰레기를 치우는 대신 내 방에만 파리가 못 들어오게 꽉꽉 틀어막고 이미 들어온 파리 어떻게 죽이는 게 좋은가를 해결책이라고 내어 놓고 있는 느낌.

원인은 쓰레기이고 파리는 거기에서 파생된 증상이라, 원인을 없애지 않는 한 증상은 계속 이어진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이건 파리가 특별히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부류에겐 관심을 끌기 어려운 주제라, 잠깐의 유행이라면 모를까, 진정한 의미의 확산이 어려운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내가 아는 이도 잠시 독일에 살기 위해 떠나면서 짐 정리를 하는 와중에 미니멀리즘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선 여자들이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있다는 대목에서 그 사람이 떠 올랐다. 결국, 뭔가 너무 많아서 좀 정리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생각하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박작가나 아츠시나 시부 같은 사람들이 선택한 방법은 자주 얘기하지만, 선택지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의 다소 극단적인 방법이라 공감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 가령 그들이 돈 때문에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이란 가정을 하기만 해도 그의 선택은 여러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내가 최대한으로 이해를 한 바로는 시부라는 미니멀리스트는 한 영상 중에서 테레비를 비롯한 매스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정형화 된 행복한 삶이라던가 하는 거에 영향을 받는 게 싫다는 얘기를 하는데, 유튜브는 매스 미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자신은 또 다른 삶의 정형을 만들어 남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쓰레기와 파리의 예를 들면 그에겐 쓰레기는 고사하고 파리가 있는 거 조차 문제가 되지 않는 느낌. 다만 내 방에만 안 들어오면 만사 오케이. 기본적으로 박작가나 아츠시의 상황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들의 방법론은 해결이 아니라 외면.

물론 박작가나 그들이 유튜브를 통해 무얼 파는 지 보다는 팔아내는 방식이 내 관심사이기 때문에 난 이들, 아니 박작가가 과도하게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예를 들어 이번 영상에서도 강요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강요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부가 테레비를 통해 받는 영향 정도는 줄 수 있어야 수익이 되는 상황에 자꾸 그런 거 초월한 듯한 캐릭터를 만드는 건 오히려 역효과라는 거다.

사람들이 박작가나 시부의 영상을 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난 단순히 호기심이 가장 크다고 본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갖지 못한 경험을 통한 자극. 테레비에서도 허구헌날 부자들의 집을 보여주거나 형편없이 망한 이들을 자꾸 보여주는 건 그게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자극이 되면 관심을 끌고 거기에 광고를 붙이면 돈이 되는…

그렇다. 지금 이 유튜버들이 수익을 얻는 구조는 기존의 매스 미디어가 수익을 얻는 구조에서 온 것이다. 따라서 목표도 ‘수익’으로 같다면 더욱 더 성실하게 카피를 하는 게 맞지, 괜히 자기는 기성 권력에 맞서고 있는 식의 어설픈 캐릭터 설정을 하면 기다리는 건 자가당착의 함정 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다. 또, 미니멀 라이프 자체가 대안으로써의 가치가 별로 없기 때문에 과도하게 캐릭터 설정을 하면 자칫 사이비 종교의 전도사 필이 나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거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 관심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유지할 수 있는 자극을 만들어내는가에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꾸준히 제공해야 하고, 드디어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미니멀리즘을 팔아먹는 상업 방송인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당연히 이런 삶의 방식이 절실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을 위한 컨텐츠도 준비해야겠지만, 계급 의식도 약하고, 가난=패배 라는 인식이 강해서 적응이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는 여자들의 집정리 수단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미니멀’리즘’ 수준의 내용은 의도와는 다르게 금새 ‘강요’로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필요하다고 본다. 방송을 계속 보도록 은근하게 강요를 당하는 것과 방송의 내용이 강요라고 느끼는 건 다르다는 얘기. 상업 방송인은 전자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결론은 다시 말하지만, 상업적인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선 접근 자체를 좀 더 상업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결국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방송이 아니라 방송을 위한 미니멀 라이프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헛발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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