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4

댓글로 쓰려다가 다른 댓글들을 보고 괜히 마이너가 된 느낌이라 소심하게 아무도 안 오는 블로그에서 헛발질… ㅋㅋ

시작하기 전에 우선 하나만 다시 확인하고 넘어가자. 지금이 무슨 시대?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시대이다. 다시 자본주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인간의 삶에 필요한 것들이 자본가들이 소유한 생산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상품이 되어 팔리는 것으로 분배가 되는 시스템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 등이 저절로 주어지는 경우는 없다. 복지 얘기를 하면서 무상이니 공짜니 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제공되는 것들 역시 세금을 비롯한 공적인 자금이 투입되어 구매한 상품들이지 애초에 무상으로 제공되어지도록 생산된 것이 아니다.

무언가 만들기 위한 재료들은 물론이고, 그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기계, 그 기계가 들어앉은 공장, 그리고 그 공장이 서 있는 빈터까지 모두가 다 돈을 내고 소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품들인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렇다, 돈이다.

돈이 어떻게 지금의 돈의 위치를 갖게 되었는 지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부분이라 더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대략 여기까지만 적어도 자본주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최소한 난 그랬다.

오늘 박작가는 머리카락 때문에 300만원 정도를 포기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대신 일을 포기했다. 그게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건 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최소한 그는 지금 당장 300만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데도 머리카락 때문에 일을 포기했다면, 그는 그가 구닥다리라고 개탄스러워 하는 현실보다도 훨씬 더 구닥다리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머리카락을 자르느니 목을 자르겠다고 하던 사람들은 그가 구식이라고 얘기하는 1990년대 말이 아니라 그보다도 100년이나 더 오래된 1890년대 말에 조선반도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난 그의 선택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할 생각은 없다. 유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활동에는 어떤 선택을 하든 스트레스가 따르는 법이라 그가 한 선택이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서 돈을 선택하면 자유가 구속되고, 자유를 선택하면 생존이 궁해지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감당할 수 있으니 선택을 하는 걸테니 좋네 마네, 틀렸네 어쩌네를 따질 이유가 없다.

근데, 어떤 선택을 하고 나서 세상이나 다른 인간 탓을 하고 있다면, 그건 그의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솔직한 느낌으로는 그의 표정에 슬쩍 묻어나는 분노와 허탈감은 유튜브 방송용으로는 매우 훌륭한 소재이지만, 일상에서 보면 그저 무기력한 청소년의 치기어린 반항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비겁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 라고 일갈하고 있지만, 진짜로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그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지금 시대는 구매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누그러진 적이 없는 그런 시대이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가의 횡포는 말할 것도 없고, 피지배 계급들 사이에서도 그 되도 않는 차이지만 위 아래를 구분하기 위해 되도 않는 트집과 억지를 부리는 게 일상화 된 시대 아닌가.

누구든 박작가의 머리를 트집 잡아 소비자로서 구매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건 내가 보기엔 지금 시대에 매우 걸맞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걸 바꿔보려고 시도들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으니 1990년대 말에 비해 더 좋아질 이유는 하나도 없다.

혹시라도 꾸준히 한국 사회가 구매력이 최우선 되는 자본주의적 관계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구매력이 좀 있다고 상대방의 인격을 간단히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직접 돌이켜 보기 바란다. 언제 그런 노력들을 했는지. 오히려 반대로 가지 않았나. 드라마를 봐도 그렇고 언론을 봐도 그렇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전에도 얘기한 거 같지만, 우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지금 펼쳐져있는 저 수많은 문제들이 왜 생겨났는 지 그 메카니즘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자동차가 어떻게 굴러가는 지를 모르는 사람은 자동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고, 이유를 모르면 고칠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면서 내가 이 차를 아끼고 사랑하면 언젠가 다시 좋은 차가 되어주겠지…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세상도 마찬가지. 당신이 기대하는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원인이 있고,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원인을 알았다고 바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해결책을 나왔다 해도 실제 해결로 이어지기까지는 또 다시 간단치 않은 과정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원인을 알면 최소한 답답하거나 공연히 남들을 욕하거나 세상 탓을 하면서 부정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걸 막을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건, 거래의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돈이 필요하면 머리를 자르면 되고,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고 머리카락이 더 중요하면 일을 포기하면 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구매력은 도덕성에 관계없이 얻을 수 있고, 구매력이 생긴다고 품격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구매력을 얻은 만큼 자존심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다.

이런 걸 물신성이라고 하는 거 같은데, (아직 공부중이라… ㅠㅠ) 어쨌든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상품을 통해 재구성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구매력과 인격이 어정쩡하게 뒤섞이는 일이 발생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인격이 높은 이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겠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인격이 높으면 구매력이 없어도 서비스를 제공할텐가? 그 반대도 마찬가지. 결국, 생존을 위해 구매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일을 그렇지 않은 다른 활동들과 구분을 할 필요가 있다. 거래 자체와 관련없는 자질구레한 감정이나 이상 따위를 집어넣는 건 상처만 키우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친구나 지기를 만들 때엔 당연히 그들의 인격, 자존심, 도덕성 따위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서비스를 팔고 사는 거래에선 가급적 그럴 필요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게 자본주의 세상에서 편하게 살아가는 방식일 듯.

하루 종일 쓰고 지우고 해서 중언부언 중구난방이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서 대략 결론을 내려버리면… 이번 선택은 유튜버로서는 10점 만점에 9점이고, 자본주의 세상에서의 생존법으로는 2점. 그리고, 아무리 머리가 긴 게 장점이 많다고 해도 그는 역시 당장 300만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아, 이것이 미니멀 라이프의 위력인가! ㅋㅋ

끝으로 썰렁한 농담 같지만 한 줄만 더 더하면… 남자의 머리가 치렁치렁하기 보다 짧아야 단정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은 시야를 인류 역사 전체로 넓히면 의외로 신선한 쪽이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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